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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명학교 이야기

경명학교 이야기5

by 경남 함안군 칠북면 이령리 453번지 2023. 11. 16.

령동회관 (2)

 

<사진> 시릴 로스 선교사

1897년 봄, 세례도 안 받았던 김세민을 영수로 임명해서 교회의 시중을 들게 했던 로스(한국어 이름 노세영, Cyril Ross, 1867~1963) 선교사가 1900년 초에는 김세민 등에게 세례를 베풀었다. 이때 4살 된 장남 김정오도 유아세례를 받았다. 그해 봄에는 새말동네(새마을 즉 신촌으로 령동마을과 령서마을 중간에 위치) 오동나무밭 끝에 흙담으로 초가 삼 칸을 지어 예배드렸다.

1904년 봄에 김세민과 전도회에서 경명학교를 시작하였다. 가을에 처음 예배당을 철거하고 다섯 칸 두 줄 박이 열 칸을 지어 산 너머 남양 돈방 들판의 갈대를 베어다가 지붕을 얹어 개조할 때 성도와 온 마을 사람들이 소들을 동원하여 운반하였다. 로스가 의사인 부인과 함께 평안북도 선천으로 이동하자 사이트보텀, 어빈 등이 그를 대신하여 이곳을 방문했다. 로스는 그 후 평안북도 선천으로 이동하여 신성학교를 설립하고 한글성서 개역에 참여하였으며 부인은 1937년까지 의료선교를 계속하였다. 부산에서 태어난 딸(노일연, W. Ross,1900~1993)도 선교사가 되어 6.25 전쟁 후에는 고아와 미망인을 위한 모자원을 경영했다. 은퇴 후에도 농어촌교회, 고아원, 양로원 등을 도왔다. 1980년대 초 팔십 노인이 되어 김정오와 만나 반갑게 옛날이야기를 나누었다.

 

전쟈에 부산 잇ᄂᆞᆫ 얼빈의ᄉᆞ 량위가 팔년 긔한이 ᄎᆞ서 귀국ᄒᆞᆫ 일은 긔ᄌᆡ ᄒᆞ였거니와 ᄯᅩ 경샹도 칠원 북면 령동 회당에셔 김찬일 김슌약 양션오 세교우의 편지ᄅᆞᆯ 밧아본즉 그곳 교회 귀별도 대강 알겟고 ᄯᅩ 얼빈 의ᄉᆞ의 ᄌᆞ긔 무리ᄅᆞᆯ ᄉᆞ랑ᄒᆞ야 하ᄂᆞ님 압헤 영광 돌니던 일을 ᄆᆞᄋᆞᆷ의 긔억ᄒᆞ야 어셔 나오오기ᄅᆞᆯ 긔도ᄒᆞᄂᆞᆫ 졍셩을 보고 ᄎᆞᆷ 쥬압헤 감샤ᄒᆞᆫ 일이라 하노라

 

어빈 의사 부부가 8년 기한이 다 되어 미국으로 돌아갔을 때 경상도 령동에 있는 교인들이 편지를 보냈다는 소식이다. 어빈이 자기 성도들을 사랑한 일을 기억하여 어서 한국 오기를 기도하는 정성을 보고 주 앞에 감사한다는 내용이다. 경부선 철도가 놓인 해인

"1905년 12월에는 이곳에서

8박 9일 동안 부산에서 평양까지

사보담 등 유명한 강사들을 모시고

영수, 집사, 조사 및 전도인들이

연합 제직회를 열었다."

는 소식이 실렸다. 아래는 그 내용이다.

 

일천구ᄇᆡᆨ오년 십이월 륙일브터 십ᄉᆞ일ᄭᆞ지 각쳐 령슈집ᄉᆞ와 젼도인들이 칠원 령동회당에셔 졔직회를 열고 공부도 ᄒᆞ며 토론도 ᄒᆞ엿ᄂᆞᆫᄃᆡ 도ᄒᆞᆫ이ᄂᆞᆫ 부산 샤목ᄉᆞ와 평양 쥬장로와 부산 셔영긔 김영찬이며 공부ᄒᆞᆫ거슨 교회셜립ᄒᆞᆷ과 셩경에 요지와 찬미오 토론ᄒᆞᆫ거슨 혼인례와 ᄂᆡ외 풍쇽과 셔ᄎᆡᆨ을 마련ᄒᆞ야 둠과 연보젼 문부를 분명이 긔록ᄒᆞᄂᆞᆫ 법과 교회와 학교샹관됨과 교회와 나라헤엇더ᄒᆞᆫ 샹관이잇ᄉᆞᆷ과 공의회가 엇더ᄒᆞᆷ과 외방젼도를 힘쓸것과 영보젼을 엇더케 쓸 것과 샹복과 방갓이 엇더ᄒᆞᆷ과 조ᄉᆞ의 월급을 담당ᄒᆞᆯ것과 교회와 다른 각회의 엇더ᄒᆞᆫ샹관이 되ᄂᆞᆫ것과 밋 쥬일공과라

 

그 내용은 연합제직회에서 교회 설립절차, 혼인예식, 헌금 관리, 교회와 학교, 교회와 나라의 관계, 총회의 역할과 전도, 헌금의 사용 그리고 전도사의 월급 등을 다룬 것으로 “얼굴이 기쁘고 감사한 빛이 나타나 무슨 보배를 얻은 것 같이 돌아가나이다.”라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

"미국 북장로교 선교보고서에는

이때를 즈음하여

경남 칠원지방에 뜨거운 부흥

일어나고 있다."

고 기록되어 있다. 100여 년 전 그 멀리 미국에서도 이곳 소식을 알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몰랐다. 편지를 보낸 김찬일이 누군지 몰라서 조규통 목사님이 시골집을 방문한 일이 있다. 필자의 선친께서 그 이야기를 듣자 바로 “우리 아버지네” 하셨다. 어렸을 때 이웃 어른이 집을 방문할 때 “찬일이 있는가?”라고 하던 소리가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4년 전에 소천하셨는데 만약 그 뒤에 누가 필자에게 물었다면 모른다고 했을 것이다.



<사진> 어려서부터 교회에 나온 1970년대 새말동네 노파들

령동 회관은 마산이나 칠원에서 보면 오지에 있지만 무수한 나루가 이어져 있는 낙동강을 이용한다면 대구와 부산의 딱 중간 즉, 경상남도의 한복판에 있는 교통의 요지이다. 남강에서 배를 타면 진주에서도 쉽게 올 수 있다. 함안사촌교회 출신인 독립운동가 이태준 열사가 도산 안창호 선생을 처음 만나 고향을 소개할 때 도산이 함안을 잘 안다면서 강이 북쪽으로 흐르는 고장이라고 했다고 한다. 남강을 두고 한 말인 듯하다. 실제로 령동 회관에서 낙동강을 나가는 길목에 마산에서 흘러오는 소량강 역시 북쪽으로 흐른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의 항일 정신이 강해서 일본 강점기에 함안사람 김해사람 빼면 형무소에 사람이 없다는 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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